그런데 그 Arsenal이 2006년 4월 25일, 준결승 상대 Villareal을 꺾고 드디어 역사적인 UCL 결승 진출을 해냈다. 그것도 꽤나 드라마틱하게… 지난주 Villareal과의 1차전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무승부만 하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Arsenal은 이날 0:0을 노리고 있다는 속셈을 조금도 감출 생각없이 시종일관 수비에만 전념하며 경기를 풀었다. 경기가 80분이 넘어가면서, Villareal이 서두르는 기색은 역력해졌고, 그 가운데 Gunners의 움직임은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후반 89분, UCL의 신 따위가 있다면 그 신은 올해도 어김없이 Gunners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Villareal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거다.
Villareal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다는 가정 하에서 이 한골만을 놓고 보면 그저 (두경기 합쳐서) 동점 승부가 된다는 점에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후반 89분이란 타이밍은 Arsenal에게 있어서 최악이다. 진검승부 끝에 한점을 내준 게 아니라, 공격에 대한 리듬을 전혀 못 (혹은 안) 찾고 한경기를 완전히 소화한 상태에서 기세가 오른 상대로 연장전에 들어가 경기 페이스를 철저하게 새로이 조정해야 한다는 건 꽤나 곤욕스러운 일이다.
아무튼 페널티킥 키커는 Argentina의 에이스 Juan Roman Riquelme. (아르헨티나 선수들 이름은 좌악 풀어쓰면 왠지 멋있다 ㅡㅠㅡ) 그런데 Riquelme가 공에 키스를 하고는 페널티스팟에 공을 놓는데, 이 시점에서 왠지 페널티킥에 실패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부상에서 회복해서 페이스가 아직 안 올랐는지 1,2차전 내내 부진했던 Riquelme의 모습 때문인지 조금 자신없어 뵈는 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페널티킥은 심리전이다.
그리고 Riquelme는 그 천금같은 기회를 놓쳤다. (물론 페널티킥을 막은 Lehman의 공로를 깎아내리자는 건 아니지만 이번 페널티킥은 Lehman의 성공이기보다는 Riquelme의 실패다.) Gunners의 뒷통수를 후려갈긴 UCL 신의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갈기는 순간이었다. ㅡㅠㅡ
그리하여 Gunners는 1886년 팀창단 이래 처음으로 UCL 결승에 진출했다.
올시즌 Arsenal이 Reyes, Hleb, Fabregas, Flamini, Senderos, Eboue, Toure 등 젊은 선수로 가득찬 잠재력 만땅의 전형적인 미래의 팀이긴 하지만 Vieira의 공백을 시즌내내 뼈저리게 느끼며 허덕이고 있었단 사실을 감안하면, 이 젊은 선수들이 팀역사상 최초의 UCL 결승 진출을 이뤘다는 점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사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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