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

어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냥 얌전히 앉아만 있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아이가 있다. 역시나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다른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아이도 있고, 그런 아이를 슬슬 피하기만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눈치 빠르게(?) 그런 아이를 졸졸 따르는 아이도 있다.

어른들은 흔히 다른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런 ‘불의를 행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많은 사람들은 그런 가르침에 크게 어긋남없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착하게’ 산다.

물론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는 가르침도 받지만, 이는 기껏해야 모호한 도덕론적 이야기일 뿐,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를 타이르고 꾸짓는 것은 언제나 어른의 몫이었다. 아이들에게 이런 악동(?)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힐 때 설령 자신이 그 과정에서 그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며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저 남들을 괴롭히지 않고 얌전히 앉아만 있으면 ‘착한 아이’가 되고, 이들이 자라 보통 사람이 된다.

보통 사람들은 불의에 가담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다 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별 의심없이 ‘불의에 가담하지 않는 것은 보통 사람의 몫, 그 불의를 못 참아 정의를 지키는 것은 영웅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영웅이 아니야’라는 불의에 맞서지 않아도 될 만한 그럴 듯한 핑계가 생기는 거다. 그렇지만 나타날 확률보다 안 나타날 확률이 더 높은 영웅을 두려워하는 악당은 없다.

어른들로부터 ‘불의를 행하지 말라’고 배웠다고 해서, 그것만이 우리 몫의 전부는 아니다. 누구나 잘 알다시피 어른들도 자주 틀린다. 불의가 횡행하는 이유는, 영웅의 부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무관심과 영웅이라는 나보다 특별한 존재가 따로 있다는 패배의식이다. 보통 사람들이 조금만 더 정의롭다면, 영웅이 나서서 맞서싸울 불의 따위는 애초에 없다. 악당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도, 영웅이 생기기고 사라지는 것도 보통 사람하기 나름이다.

아이들에게 ‘네가 있다면 영웅은 필요없다’고 가르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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