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오비를 한번 매주고 풀고, 나 혼자 매보는 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로 그 친구가 ‘여행왔냐?’ ‘혼자 다니냐?’ ‘오늘 저녁엔 뭐하냐?’ 등등의 질문을 하고 나는 답변만 했다. 아무튼 오늘 저녁에 비와코에 가서 하나비를 볼 거라고 했더니, 자기도 고등학생 때 그 하나비 보러 갔었다며 아주 아주 멋지다고 굉장히 반가워하는 거다.
그러고는 잠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서는 날씨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요새 무척 덥죠?’라고 했더니 ‘그래도 오늘은 좀 나아요, 태풍이 온다죠’ 이러네. 그러고보니 어차피 일본어를 못하는 터라 티비고 신문이고 전혀 안 보고 살아서 교토에 머물면서 일기예보를 접한 일이 없었다. 다행히도 그동안은 날씨가 계속 좋았는데ㅡ덕분에 타죽을 것 같긴 했다 -_-,,ㅡ그날 아침은 아침부터 날씨가 찌푸퉁했다. 비가 오진 않았는데 구름은 하루 종일 낀 날씨. 아무튼 난 아차 싶어서 ‘앗, 태풍 오면 하나비에는 나쁘잖아요’라고 했더니 ‘maybe’ 한마디를 툭 던지고 말길래, 오늘 밤늦게야 비가 쏟아지는 건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러고는 다른 이야기를 조금 주고 받다가 ‘그런데 비와코 갈라면 어떻게 가는 게 제일 좋아요?’라고 물어봤다. 여행 가이드 책자에 비와코 가는 방법이 소개가 돼 있긴 했는데 교토에 와서 집어든 지도랑 아귀가 잘 안 맞던 터라 그냥 교토역에 가서 알아보려다가 영어가 통하는 비와코에 가봤다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좋겠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친 거였다. 그러자 이 친구, ‘기차가 젤 좋죠’ 그러는 거다. 그래서 ‘어디행 기차를 타면 되는 건가요?’ 물었더니 ‘잘 모르겠네요’ 그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 그러고는 1층으로 달려내려간다.
1층에서 뭐라뭐라 속닥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 총각이 올라와 ‘잠깐만 기다리세요.’ 기라면 확실하게 겨주는 주인장, 잠시 기다렸더니 아까 가게 현관에서 날 맞았던 점원이 올라와서 이 총각에게 뭐라뭐라 몇마디. 그 총각이 다시 내게 ‘태풍 때문에 그게… 그게…’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오르는지 한참 더듬는다. 태풍 이야기가 나오니 불길하지만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 ‘cancelled?’라고 묻자 ‘바로 그거야!’라는 듯한 표정으로 반갑게 ‘Yes! Cancelled!’ orz 그러고는 8월 11일로 연기됐다네, 흑.
그래서… 이 기나긴 이야기의 결론은 하나비를 못 보고 돌아왔다는 거다. 허탈들 하시지? 나도 허탈했어. ㅡㅠㅡ
그리하여 보지도 못한 하나비, 대신 인터넷에서 사진만 구해서 올려본다. -_-a
이쯤에서 반전(?) 하나만 추가하자면 다음날 교토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끝끝내 비는 안 왔다. orz 결국 8일 저녁에는 친구들이랑 술집에 가서 술만 마셨다. 난 사실 별로 안 마셨는데, 다른 세명은 데낄라샷을 너덧잔씩 들이키더니 결국 두명은 술먹은 거 다 꺼내놓는 등 가지가지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묵었던 료칸의 일본식 선원(zen garden)에다 토사물을 쏟아부었다는 미담이 전해내려온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_-,,
@ 여행의 클라이막스가 없으면 우린 그냥 우리가 만들지. ㅡㅠㅡ
@@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하편은 어딨냐고? 없지. 하나비는 시작도 안 했는데 상에서 하로 넘어가보리면 어째 서론이 이야기의 전부란 티가 팍 나잖아, 그래서 제목만 중이라고 붙여봤지, 뭐.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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