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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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들어 ‘초유체 3He의 비열과 열역학적 특성’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시간에 -_- 내 머릿속을 맴도는 테마는 ‘애국심의 허구성’이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당황스러운데, 블로그 주인장, 투철한 ‘애국자’이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가지만 해도 ‘국산품을 써야국 가경제가 발전한다’는 높으신 양반들 머리에서 나온 투박한 논리를 앞세워 가전 제품은 무조건 삼성을 택하라는 철없는 주장을 했었더랬다. (지금은? ‘미쳤냐, 삼성 쓰게?’로 요약할 수 있겠다. ㅡㅠㅡ) 그렇지만 막상 결정권을 가진 울부모님은 특별히 국산품을 선호하지도, 특별히 외제를 선호하지도 않으셨던지라 그저 그때그때 예산과 상품의 품질에 따라 때론 국산을 때론 외제를 사서 썼다. 아버지께서 한번은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구호 밑의 기본 정신(애국심)은 존중할만하지만 그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우리 누나는 그 당시에 이미 내게 ‘철딱서니없는 민족주의자’라며 혀를찼던 것같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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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철이 좀 든 건지, 나이가 들수록/곰곰히 생각해볼수록 흔히들 말하는 이 ‘애국심’이란 게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누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희망한다. 이 정도가 지나쳐서 다른 사람의 행복추구권에 피해를 주게 되면 ‘이기심’이 되지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은 그 선을 지킬 줄 안다. 이런 자기자신의 행복추구에 대한 욕망이 동질감/연대감을 통해 가족이나 동문, 동족, 자국민 등으로 확장될 때 애교심, 애향심, 애국심 등 다양한 레벨에서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게 놓고 보면 꽤나그럴 듯하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의 타인에 대한 확장, 사실 꽤나 그럴 듯한 정도가 아니라 매우 바람직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딘가 석연치 않다. 왜냐하면 태생적 연대가 의식, 무의식중에 강요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한민족이란 데에는 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국민성’이라는 집단적 유사성에 의한 정서적 연대가 있다지만, 이 정서적 연대는 태생적 연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국민성’으로 집약되는 유사성 중 많은것들은 가치중립적인데 여기에 함부로 가치를 부여하다보면 인종청소 같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
타인과 연대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연대하고, 사랑하되,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 조금 더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김규항 선생은 늘상 ‘세상은국가로도 나뉘지만 계급으로도 나뉜다’고도 했다. 한국인이니까 다른 한국인을 사랑하는 것보다는 선량한 시민이 다른 선량한 시민을 사랑하는 게 훨씬 그럴 듯하다.
‘애국심의 허구성’을 짚는다고 해서 국가의 필요성을부정하는 것도,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근대국가란 본질적으로 구성원의 집단적 ‘필요’를 효과적으로 (혹은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_-) 충족시키기 위한 청부인 아니더냐.
그런데 애국심이 없으면 국가를 팔아먹는 매국노가 되는건 아니냐고? 국가를 뛰어넘어 선량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사람이 ‘애국심이 지나쳐 남의 나라 국민들을 괴롭히려는 간사한 녀석들과도 연대해야겠다’고 결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조금 지나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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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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